강병호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강병호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갈택이어(竭澤而漁) 연못물 모두 퍼내 고기 잡는다는 뜻, 즉 눈앞의 이익만 추구해 먼 장래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고사성어다. 여씨춘추(呂氏春秋)에 나온다. 정기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법,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방송교육공사법 개정안)'이 바로 갈택이어(竭澤而漁) 정치의 전형이다.

이 법안은 공영방송(KBS, MBC, EBS) 이사회를 '운영위원회' 체제로 바꾸고 운영위원은 25명으로 현재 이사회보다 늘린다는 것이다. '정치 후견주의'로 임명한 이사들이 방송사를 경영하는 형태에서 현장 종사자, 학계, 직능단체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여 정치권 영향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민주당 주장이다. 정권 바뀔 때 마다 공영 방송사에서 반복되는 처절한 갈등을 기억하면 일견 그럴듯하다. 민주당은 이를 4월에 당론으로 채택했다. 당 최고위원이 되고도 국회 과방위 위원장을 놓지 않는 정청래 의원과 당 대표가 된 이재명 의원도 같은 주장 반복하고 있다.

이 '운영위원회' 제도의 원조는 독일이다. 독일은 방송 평의회와 경영 평의회 통해 공영 방송사를 경영하고 평의원은 주(州)마다 다르지만 최소 17명, 최대 74명에 달한다. 이는 10세기부터 유래한 한자(Hansa) 동맹과 게르만 고유의 자치 제도, '농민전쟁', '30년 전쟁'의 역사적 배경을 두고 있다. 독일의 정치체제는 내각 책임제와 연방제다. 독일의 사회 시민 단체들은 정치권으로 부터 비교적 독자적인 시스템을 견지하고 있다. 독일 연방의회에서 기민당, 사민당, 녹색당, 자민당 등 정당들은 연정과 협치를 통해 정권을 유지한다.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반면 한국은 대통령 중심제이고 국회의원 선거는 소선거구제다, 이른바 '승자독식' 체제다. 독일과 달리 정치가 과격하고 좋게 말해 역동적이다. 헌법체제, 정치 환경이 상이한 나라로부터 공영방송 지배구조 제도만 덜렁 도입하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한다. 끊는 물에 달걀을 넣고 속은 익지 않기 바랄 수 없다.

양당이 서로 공영방송에 필사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미치려 때, 그 결과로 직능, 학술 단체까지 정치로 오염될 수 있다. 각 단체, 협회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는 자기들 대리인을 앉히려는 정치인들의 입김으로 과열될 것이다. 또한 운영위 구성원 자격, 원칙도 뚜렷하지 못하기 때문에 참여 못한 단체들이 끊임없이 로비를 벌일 것이다. 독일의 경우 '구(舊)동독 정권 국가폭력 피해자' 단체, 종교단체도 평의원을 파견한다. 결국 방송 뿐 아니라 주변 직능, 학술 단체까지 지금보다 더 정치에 휘둘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가정이지만 선거 직전에 지금까지 우호적이던 시민사회 단체들이 공영방송 운영위원 자리를 요구해도 민주당은 과감히 거부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신문방송학 관련 등재학술지를 발간할 수 있는 학회만 29개나 된다.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 끝나자마자 참여 기관, 단체는 계속 늘어 갈 것이고 운영위원회는 방송사 경영보다 양당의 대리인들이 헤게모니를 다투는 장(場)이 될 우려도 크다. '집단지성'이 아닌 대단위의 조악한 '집단대결'이 될 위험성도 열려있다.

민주당이 왜 새삼 지금 그런 주장을 하는지도 의아하다. 애당초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었다. 하지만 정작 집권 시기에는 미온적이었다가 정권을 놓치자마자 개정안 추진에 가속을 밟고 있다. 지금 이재명 의원이 대통령이라도 민주당은 이 법안을 추진할 것인지 묻고 싶다. 전형적인 조삼모사(朝三暮四) 정치라 할 수 밖에 없다. 더더구나 지금 법안대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한다면 약 70% 가량은 친(親)민주당 성향이라 추정할 수 있다.

문재인 정권 5년간 뼈저린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들도 법안 명칭이나 사탕발림인 외마디 슬로건이 아닌 우리 헌법과 정치제도 아래서 법안이 가진 문제와 한계를 이해해야 한다.

민주당의 정치적 무리수는 '검수완박' 법안과 같이 결국 '자승자박'으로 돌아갈 것이다.

강병호 배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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