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박물관 소장 '적벽부도본'

대전시립박물관 소장 '적벽부도본'. 사진=대전시립박물관 제공

소동파(蘇東坡)의 전적벽부(前赤壁賦)를 도장으로 찍어 다양한 인문(印文)으로 표현한 족자다. 족자에 사용한 도장과 도장을 보관하던 상자가 남아 있다. 상자 뚜껑 안쪽에 '적벽부도본(赤壁賦圖本)'이라는 이름과 함께 도장이 모두 95개이며 경자년 10월에 구정(龜亭)에서 만들었다는 내용을 먹으로 썼다. 나무로 만든 도장의 옆면에는 새겨진 글귀와 번호를 써서 쉽게 원하는 구절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전적벽부(前赤壁賦)'라는 제목만 행서(行書)로 쓰고 적벽부 본문과 마지막의 '동파(東坡)'라는 저자명까지 네모진 것, 둥글거나 타원형인 것, 나뭇잎 모양을 한 것 등 다양한 모양의 도장 95개로 나눠 찍었다. 각각 2-8자씩 음각 혹은 양각으로 형태에 어울리는 다양한 전서체로 새겨 좋은 글을 읽는 즐거움뿐 아니라 전각을 감상하는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다.

붓글씨로 써도 적지 않은 분량의 시를 도장으로 그것도 형태도 글씨체도 다양하게 새겨 찍어낸다는 것은 어지간한 정성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인장을 하나의 독립된 예술분야로 인식하게 된 것은 조선 후기부터다. 걸출한 전각가(篆刻家)들이 등장하고 인장 수집과 연구가 이뤄지면서 옛 도장이나 뛰어난 전각가들의 도장을 모아 찍어 서책으로 엮어내거나 족자로 만들어 서화처럼 감상하게 된 것이다.

소동파는 전적벽부를 '임술년 가을 칠월 열엿새날' 즉, 음력 7월 16일에 썼다. 적벽부도본을 만든 과거의 누군가도 달이 차고지는 세월의 무상함에 호응해 이 도장을 만들었을 터다. 추석도 지나 이제 어느 새 한 해의 마무리를 준비해야 하는 지금, 대전시립박물관에 들러 옛 사람들과 공감해보는 것은 어떨까.

대전시립박물관 소장 '적벽부도본'. 사진=대전시립박물관 제공
송영은 대전시립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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