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짧은 담소 그쳐..美의회 겨냥한 듯한 尹발언으로 후폭풍
한일 정상 30분 대좌에 우리측 "회담" vs 日측 "간담" 의미 축소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컨퍼런스 빌딩에서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개최를 공언했던 한미·한일 정상회담이 과정과 형식 그리고 내용 등 여러 측면을 놓고 후폭풍이 거세다. 당초 공언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은 사실상 불발에 그쳤고, 한일 정상회담은 막판까지 개최 여부를 공식 발표하지 않다가 결국 비공개로 개최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이들 회담이 미국의 한국산 전기차 차별 우려와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배상 등 최대 현안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거나, 적어도 본격 논의의 계기가 될 걸로 기대됐던 터라 파장은 더 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외교 참사"라며 거세게 몰아붙였다.

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유엔총회장 인근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약 30분간 회담을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한일정상회담이자 2019년 12월 이후 2년 9개월 만에 열린 양국 정상의 단독회담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대통령실 발표 등을 보면 '뇌관'인 강제징용을 둘러싼 가시적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정상회담과 달리 모두발언이 공개되지 않았고 취재기자단도 없었다. 양국이 개최 여부 자체를 놓고도 막판까지 확인하지 않는 등 진통이 이어진 상황을 방증하는 것으로 읽힌다.

'약식 회담'으로 규정한 우리와는 달리, 일본 측은 '간담'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의미를 축소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한일 정상회담의 경우 양국이 동시에 '회담 확정'을 발표하는 관례와, 정치적 지지 기반인 보수층의 여론을 살펴야 하는 기시다 총리의 국내 상황 등을 고려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은 불발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이날 예정에 없던 바이든 대통령 주최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까지 참석했지만, 현장에서 미 정상과 짧은 시간 서서 만나는 데 그쳤다.

대통령실은 이후 언론 공지에서 한미 정상이 영국서 한 차례, 뉴욕에서 두 차례 각각 만나 미 인플레감축법(IRA), 금융 안정화 협력, 확장 억제를 협의했다고 밝혔지만, 의제를 놓고 정식으로 대좌하는 정상회담보다는 논의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미정상회담 무산은 바이든 대통령의 뉴욕 체류 일정이 갑작스럽게 단축된 데 따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그 여파로 윤 대통령의 경제 일정 중 재미 한인과학자 간담회는 대폭 축소됐고 한미 스타트업 서밋과 K-브랜드 엑스포에는 대통령 참석이 취소됐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글로벌 펀드' 회의장을 나서면서 미 의회를 겨냥한 듯한 민감한 발언을 한 모습도 포착되면서 파장을 더욱 키운 양상이다.

영상 속 윤 대통령은 수행하던 박진 외교부 장관 등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X팔려서 어떡하나"고 말했다.

민주당은 곧바로 "'막말 외교' 사고를 냈다"고 직격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22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미국 의회를 폄훼한 발언으로 큰 물의를 일으켜 사전 대응, 사후 조율도 못 하는 실무 외교라인의 무능도 모자라 대통령 스스로 품격만 깎아내렸다"고 비판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도 정책조정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이런 욕설 입버릇이 타국 의회를 향하는 모습이 영상에 담기며 정상 외교 자리에서 국익과 국격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어떤 사적 발언을 외교적 성과로 연결하는 것은 대단히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무대 위 공적 말씀도 아니고 지나가는 말씀으로 이야기한 것을 누가 어떻게 녹음했는지 모르겠지만, 진위도 사실도 판명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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