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회부의장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일본의 유력 언론인 아사히 신문과 지난 21일 오후 국회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실에서 인터뷰를 했다. 지국장을 포함한 세 명의 기자가 두 시간 가까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검찰 심문같은 질의와 답변이었다. 지국장이 '마지막 질문'이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제가 이런 질문을 해도 될지 모르겠네요?"

무슨 어려운 질문이길래 이렇게 뜸을 들일까, 바짝 긴장이 됐다.

"부의장님은 BTS의 병역특례에 대해 어떤 생각이십니까?"

"정말 그게 그렇게 궁금하세요?"

옆에 있던 일본인 기자 한 명이 거들었다.

"지금 일본 20대 30대 젊은 여성들의 제일 큰 관심이 그겁니다"

내가 아사히 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던 그 시간 아사히 신문이 기시다 일본 총리의 불편한 심기를 특종 보도했다. 뉴욕 유엔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정상회담을 하기로 한 약속을, 한국측이 일방 발표한데 대해 불같이 화를 냈다는 내용이었다.

기시다 총리는 "그렇다면 반대로 만나지 말자"고 했다고, 아사히 신문은 보도했다.

아사히 신문은 이런 해설을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이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하지만, 양국 정부의 온도 차이가 두드러져 회담은 불투명하다'

일본 사람들은 흔히 다테마에(겉)와 혼네(속 마음)가 다르다고들 한다. 외국 사람은 좀처럼 그 간극을 구별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대하는 일본 사람들의 혼네는 뭘까?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는 위안부 합의를 타결했다. 두 사람은 합의문에 '불가역적이고 최종적인 합의'라고 못을 박았다. 그런데 이 합의를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상 파기시켰다. 한일관계는 거기서 올 스톱됐다.

지난 4월 일본에서 만난 아베 전 총리는 '한국이 위안부 합의를 전면 파기하고 무슨 더 할 얘기가 있느냐'고 따지지 않았다. 아베 전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잘 계시냐"고 물었다.

한일관계의 최대 현안인 위안부, 강제로 끌려간 징용공 문제에 대한 일본 조야의 반응에는 짜증이 묻어 있다.

'일본의 조선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은 다 끝났다. 더 뭐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 한국이 답안지를 갖고 오기 전에는 더 말을 섞기도 싫다'

자민당 정권의 뿌리인 우익으로 가면갈수록 이런 태도가 극심해진다.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의 상징적 사건이 '김종필-오히라 비밀각서' 파동이다.

'일본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으로 무상 3억 달러, 유상 차관 2억 달러, 수출입 은행 차관 1억 달러를 제공한다'

김종필 중앙정보부장과 오히라 일본 수상이 메모로 확약한 내용이다.

이 가운데 1억 달러로 건설한 것이 포항제철이다. 박태준 포철회장은 그 돈으로 포항제철을 건설하면서 직원들에게 늘 이렇게 강조했다.

"조상의 핏값으로 받은 돈으로 포항제철을 건설하고 있다. 포항제철을 제대로 건설하지 못하면 우리 모두 영일만 바다에 빠져서 죽자"

산업의 쌀인 포항제철의 철강이 있었기에 우리의 조선 자동차 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확보했다. 위안부 징용공 문제가 나올 때마다 포항제철(현 POSCO)의 자금 출연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4월 대통령 특사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 한일의원연맹 회장으로 일본쪽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내가 하는 얘기가 있다. 이 이야기를 아사히 신문 기자들에게도 들려줬다.

"유태인 학살에 대해 지금도 틈 날 때마다 사죄하는 독일 사람들 이야기를 굳이 하고 싶지는 않다. 위안부 징용공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뚜렷이 구분되는, 아픈 역사적 상처에 관한 문제다. 무역분쟁 다루듯이 마무리지을 수는 없다. 일본 젊은이들을 친구로 생각하는 한국 청년들, BTS를 좋아하는 일본 젊은이들, 한일 미래세대의 눈높이에 맞는 한일관계를 만들어가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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