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전경. 전날 발생한 화재로 건물 외벽이 검게 그을렸다. 사진=김동희 기자

"이건 화재(火災)가 아니라 인재(人災)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27일 오전 9시쯤 방문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엔 황량함만 남아 있었다.

건물마다 거뭇하게 남겨진 그을음과 공기 중에 남아있는 매캐한 냄새만이 전날의 참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26일 오전 7시 45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인근 지역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30대 박모 씨는 당시 급박했던 순간을 생생하게 떠올렸다. 박 씨는 "오전 8시쯤 출근을 하던 길에 하늘에서 검은 버섯구름이 뭉게뭉게 솟구치는 것을 목격했다.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줄 알았다"며 "뒤늦게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걱정되는 마음에 부랴부랴 현장으로 달려갔다"면서 비통해 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인파가 몰려들었고 그중에는 희생자 유가족도 있었다"며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기도 하는 등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전날 발생한 화재는 건물 외벽과 지하주차장을 새카맣게 다 태워버린 뒤 7시간 15분 만인 오후 3시쯤에야 진화됐다.

새카맣게 그을린 건 단지 건물 외벽만이 아니었다.

지켜보는 유가족들의 심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더 까맣게 타 들어갔을 것이다. 현장에 켜켜이 쌓여있는 잿더미들은 유가족들이 흘린 까만 눈물과 같았다.

이날 화재 현장은 찾은 한 유가족은 "2년 전에 이곳이 생겼을 때 형님이 하청업체 소장으로 입사했다"며 "그때 그렇게 좋아하던 얼굴이 눈에 선하다"며 황망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형님이 어린 동생들을 업어서 키웠다"며 "끝끝내 고생만 하시다 가셨다"라고 흐느껴 울었다.

한 쪽에서 전날 모든 상황을 지켜보았다던 한 어르신은 "어떻게 백화점이 하루 사이에…"라며 말을 잇지 못한 채, "같은 부모이자 대전시민으로서 있을 수 없는 사고에 가슴이 무너져 내릴 거 같다"고 울먹였다.

이어 "이건 화재가 아니라 인재와 다름이 없다.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소방 점검을 통과했는지 모르겠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매캐한 화마를 뱉어내던 지하주차장 출입구엔 언제 그랬던 적이 있었냐는 듯 까만 적막만이 감돌았다.

이날 오후 현장감식에 투입됐던 한 관계자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연신 닦아내리며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서 있었던 것만 같았다. 희생자들의 흔적을 발견할 때마다 참 착잡했다"고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화재 현장을 향해 안타까운 눈길을 던졌다.

유성구 봉명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 모(27) 씨는 "언론을 통해 본 처참한 내부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며 "유가족들의 심정이 감히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고 애통하게 말했다.

김 씨는 발이 묶인 듯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그는 "마음까지 검게 그을린 것만 같다"고 중얼거리더니 이내 발걸음을 옮겼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지하주차장 내부. 사진=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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