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비대위원장, "조선은 스스로 망했다…" 친일로 호도 말라?
원자바오 中 총리, '멸망과 존립의 차이'에 대한 명쾌한 명회견
자학사관으론 위기 못 넘겨…정치 지도자, 생각과 말 품격의 차이

최태영 취재2팀장
최태영 취재2팀장

2006년 중국은 하나를 외쳤다. 그 해 3월 13일과 14일 각각 폐막한 양대 회의인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중국이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잔치이자 격렬한 토론의 장이었다.

그 무렵 분리 독립 움직임을 보이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정협 폐막식에서 채택된 정치결의문에서 잘 드러났다. 정협 제10기 전국위원회 제4차 회의는 13일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분리세력 및 그 활동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정치결의를 채택하고 11일간의 회의를 마무리했다.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원자바오 총리가 전인대 개막식 때 제출한 정부공작보고에도 잘 드러나 있다. 평화적 통일과 일국양제의 기본 원칙에 따라 중국은 '대만 독립 분자들'의 분열 활동을 단호히 반대하며 그들과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당시 원자바오 총리가 전인대 폐막 직후 '멸망과 존립'에 관해 한 발언은 지금도 명회견으로 세간에 회자된다.

("思所以危則安, 思所以亂則治, 思所以亡則存")

("知難不難, 迎難而上, 知難而進, 永不退縮, 不言失敗.")

'위험이 닥친 이유를 생각하면 안정을 찾는 길이 보이고, 혼란해진 이유를 생각하면 국가를 잘 다스릴 수 있는 방도를 찾을 수 있으며, 멸망한 이유를 생각하면 존립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어려운 일도 어렵지 않다고 여기고, 어려움이 닥쳐도 이기고 나아가며,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그 일에 뛰어들어 절대 도피하지 않고, 실패를 말하지 않는다.'

이는 원자바오 총리가 3월 14일 제10기 전인대 4차회의 폐막 직후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 서두에서 중국 국민에게 한 말이다. 사실 이 말은 그의 창작이 아닌, 역사서인 신당서(新唐書)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멸망한 이유를 알면, 존립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지도자의 현명(賢明)이 보이는 대목이다. 내부 정치상황은 차치하고, '멸망과 존립'에 관한 지도자의 탁월한 식견을 엿볼 수 있다. 그 역시 '20세기에 저우언라이(주은래)가 있었고, 21세기에는 원자바오가 있다'는 평을 들을 만큼 중국 인민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인물이다.

원자바오 총리의 오래 전 발언이 떠 오른 건,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 때문이다. 정 위원장은 "(중략)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일본을 상대로 한 우리 선조들의 저항정신을 비롯해 독립운동을 폄훼하는 이런 논리는 공산당 1당 지배체제 아래 있는 지도자의 생각과 말과 비교할 때 아쉬움이 크다. 이런 논리를 냉전시대 강대국들의 국제정치 무대가 아닌, 21세기 한국의 집권 정당에서 접하는 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정 위원장은 "친일 논리로 호도하지 말라"고 화를 냈다. 우리 역시 조선의 후손들이다. 나아가 고조선, 삼국, 발해, 고려로 이어온 역사를 공부하면서 나라의 흥망과 성쇠의 과정을 겪어 왔다. 나라가 무너질 때는 내부 분열, 특히 기득권층의 부패와 무능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에 대한 고통은 모두 백성의 몫이었다.

외세의 침략을 받고 일제의 식민지배를 살았던 우리 민족이기에, 정 위원장의 일본 침략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은 완전한 역사적 오류는 물론 숱한 고난을 헤쳐 온 우리 민족의 자부심마저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다는 관점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국민의 자부심을 높이는 동기를 자신의 생각과 말로 끌어 올린 원자바오에 비춰 국민의 격을 떨어트리며 어느 나라도 하려 하지 않는 자학사관으로 위기를 넘기려는 정진석 위원장의 '역사 왜곡'은 물론 '친일로 호도 말라'는 말조차 궁색한 변명으로 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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