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한 언론사 고발. 사진=연합뉴스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온라인 매체 '민들레'와 유튜브 채널 '더탐사'가 지난 14일 희생자 155명의 명단을 공개해 공분을 사고 있죠. 정치권은 추모 분위기 속에서도 유불리를 계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민주당은 여전히 국정조사를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명단 공개 배후로 민주당을 지목하고 있어요.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명단 공개에 따른 형사처벌 가능성과 '민주당 배후설'의 실체에 대해 살펴 보겠습니다.

◇이연희 부원장 보낸 문자메시지 발단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 이후 민주당이 궁지에 몰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부에 책임을 추궁하고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등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는데 명단 공개를 기점으로 주춤하고 있어요. 사건의 발단은 이연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민주당 문진석 의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지난 7일 국회 기자단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 부원장의 메시지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전체 희생자 명단과 사진 등을 확보해 당 차원에서 발표해야 한다"는 내용이에요. 이태원 참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만한 내용입니다.

논란이 불거지자 문 의원은 "우리 당은 (명단을 공개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고,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그런 논의는 전혀 이뤄진 바 없고 만에 하나 그런 제안을 누군가 했다면 부적절한 의견이다"고 일축했어요.

그렇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족들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이름과 영정을 당연히 공개하고 진지한 애도가 있어야 된다"면서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촛불을 들고 다시 해야 되겠나"라고 비판하기도 했죠. 그러던 차에 이 대표가 주장하던 희생자 명단이 14일 친야 성향의 매체를 통해 전격 공개되고 말았습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입니다.

전후 맥락으로 보면 민주당이 의심을 받을 만한 상황입니다. 이후 민주당은 명단 공개에 대해 대체로 침묵하는 분위기입니다. 찬성도 반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입니다. 국민의힘은 물론 정의당이나 시대전환 의원들도 강한 유감을 표명하는 것과는 대조적 이에요.

국민의힘은 명단 공개와 관련한 민주당 배후설을 제기하고 있죠. 주호영 원내대표는 15일 "(명단) 발표에 관여된 분들이 친 민주당 성향의 인사가 많고 민주당에 몸담은 분도 있기 때문에 저는 암묵적으로는 서로 명단 공개에 대해 동의하고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은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어요. 이태원 참사에 대해 윤석열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명단 공개를 기점으로 오히려 되치기를 당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겁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명단 공개는 당과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논란이 쉬이 가라않지 않고 있습니다. 조응천 의원은 15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무리 이재명 대표라 하더라도 그건 이 대표가 개인 차원에서 얘기한 거지 당 차원에서 얘기한 게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명단 공개 2차 가해지만 처벌 어려워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매체에 대해 형사처벌이 가능한지도 관심사입니다. 유족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희생자 전원의 명단을 공개했다는 게 문제입니다. 일부 유족들이 반발하고 있고, 정치권은 물론 민변과 인권위도 명단 공개를 비판하고 있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법도 합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유족의 동의 없는 희생자 명단 공개는 유족의 아픔에 또다시 상처를 내는 것"이라며 "반드시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 저도 동의 없이 전교조 명단을 공개했다가 억대의 벌금을 물은 바 있다"고 밝혔어요. 이날 국민의힘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명단을 공개한 언론사를 서울경찰청에 고발했습니다.

그렇지만 형사처벌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중론입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닌 사망자의 명단인 경우 개인 정보로 보지 않아요. 다만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불법적으로 유출했다면 담당 공무원에 대한 처벌은 가능합니다.

형사처벌은 어렵지만 법률가들은 민사상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은의 변호사는 지난 15일 'YTN 더뉴스'에 출연해 "유가족의 생활의 비밀 같은 것도 있을 수 있고, 사망하신 분들의 인격권 침해, 초상권 침해 등에 대한 민사적인 배상 책임은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어요.

15일 국회 예결위에서 취재카메라에 포착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메모에서도 '명단 유출 경로 불법 가능성이 높음'이라고 적혀 있었죠. 명단을 공개한 매체가 아닌 명단을 최초 유출한 공무원이 희생양이 될 듯 합니다. 이와 관련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는 지난 14일 명단을 유출한 공무원을 공무상비밀누설죄로 처벌해 달라는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제출했습니다.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