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통계상으로는 경기가 조금씩 회복되는 분위기지만 저소득층과는 무관한 일이다. 오히려 절대 빈곤층과 차상위 계층이 늘고있어 사회불안과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기에 이르렀다.

IMF의 어두운 그림자가 아직 잔설처럼 남아있고 취업난에 고유가, 물가불안 등 서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복병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그렇다보니 가난한 사람은 당장 생계 걱정으로 허리를 펴볼 여유가 없다.



가난이 대물림되는 사회



경기회복이 더디면서 ‘부익부 빈익빈’이란 말이 자주 회자되곤 한다.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신문·방송 등 언론에서도 빈번히 등장하면서 언제부턴지 일상어가 되어 버렸다.

반면 부자들은 금융소득과 부동산 투기 등으로 갈수록 부자가 되는게 현실이다.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을 체험하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나라 부자들이다. 때문에 부의 양극화 현상은 사회 갈등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부자는 부, 가난한 사람은 가난이 대물림되고 있는 것이다. 가난 때문에 교육기회가 줄어들거나 제대로 교육을 시킬 여유가 없다보니 사회적으로 성공할 기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난은 마치 신분처럼 세습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부자들은 다르다. 그들끼리만의 문화속에 교류가 이뤄지고, 과외도 그들의 자녀끼리만 짝을 지어줘 어릴적 과외 친구가 평생친구가 된다. 인기 강사에게서 과외를 하니 그만큼 명문대에 진학할 확률이 높아지고, 대학에 들어가서도 그들끼리 교분을 갖고, 그 친분은 사회생활에까지 이어지면서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인적 네트워크가 되고 있다.

한번 부자는 영원한 부자가 되다보니 ‘3대 가는 부자 없다’는 속담은 이제 부질없는 말이 돼 버렸다. 과거 부잣집 아들이 주색잡기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는 경우 역시 흔한 얘기였지만 이런 얘기 또한 이제 전설속에나 있는 얘기가 돼 버렸다. 부자끼리 인맥을 형성하고 그들끼리 고급 정보를 공유하면서 부를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다보니 정부도 부의 양극화 문제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연초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 재정지출 확대와 일자리 창출, 증세방안 등 양극화를 해소시킬 대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재경부에서는 구체적인 증세방안과 함께 고소득 전문직과 자영업자의 재산 특별관리등 후속 조치를 쏟아내고 있으나 부의 양극화 해소책으로서는 영 신통치가 않다.



진단후 처방 못하는 형국



정부의 잇따른 대안제시에 여론도 전혀 엉뚱하게 흘러 국민들에게 혼란만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양극화를 시급히 치료해야 한다는 진단만 해놓고 의사가 처방을 내리지 못한 채 무슨 약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니면 말고 식인지, 국민여론 떠보기식인지는 몰라도 이틀이 멀다하고 발표되는 대책에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못해 어지러울 지경이다.

감히 참여정부에 북학파의 거두 연암 박지원의 연암집에 나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옛것을 법도로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이란 글귀를 양극화 해소의 처방전으로 제시해 본다. 지나치게 창신(혁신)만 내세우다보면 난삽하기 일쑤이고, 법고(옛 법·보수)에 집착하면 진부하기 마련이다.

기존의 제도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버무려 가능한 것부터 시행하다보면 양극화로 빚어진 갈등도 서서히 치유될 것이다. 병은 깊은 만큼 치유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서둘러서도 안될 문제다. 부의 양극화 해소가 그런 범주에 속한다. 첫 술에 배가 부를 수 없는 것과도 같은 이치다.

정부의 대책 중 하나인 세법을 뜯어 고쳐 세금을 더 거둬들이려는 발상보다는 우선 기존의 법과 제도의 틀 속에서 세금을 제대로 내게하는 것이 법고창신의 본래 의미일 것이다.

정부 부처별로 마치 선언하듯한 발표보다는 적어도 임상실험을 거친 약을 부의 양극화 치료약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卞祥燮<경제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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