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도 역사(驛舍)와 관련 추병직 건설교통부장관의 부적절한 행태가 파문을 부르고 있다. 자칫하면 추 장관의 처신이 충북지역의 선거 쟁점이 되는 것은 물론 고속철도 노선 및 역사 문제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크다. 대전·충남 정치권과 광역자치단체도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추 장관의 돌출언행은 지난 4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일어났다. 열린우리당 충북지역 국회의원들과 오송분기역유치위원회 공동대표 등이 참석한 간담회 자리에서 말다툼을 벌이다 과격한 발언 끝에 서류를 집어던지고 나가버린 것이다. 잠시 뒤 추 장관은 홍재형 의원 등의 설득으로 재입장해 어렵게 ‘행사’를 마쳤다.

정부여당은 추 장관의 언행에 대해 이해되는 면도 없지 않다고 여기는 듯하다. 추장관은 간담회에서 오송분기역유치위원회 등이 정부의 뜻을 왜곡해서 지역정서를 잘못 이끌고 있다고 주장했다. 건교부가 순수한 뜻으로 호남고속철도 공주역(백제역) 설치를 주장하는 데 이를 엉뚱한 방향으로 몰고간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오송을 분기역으로 따냈는 데 공주역(백제역) 설치를 굳이 반대할 이유가 있느냐고 여기는 듯하다.

이유야 어쨋건 추 장관의 상식에 어긋난 행위는 일파만파를 불렀다. 충북인들은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행태라며 장관직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장관해임건의안을 거론했고, 국민중심당과 민주노동당도 충복도민을 무시했다며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추 장관과 정부·여당이 어떻게 이 사태를 풀어갈 지 모르지만 충북에서는 5.31 지방선거 폭풍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이렇다할 쟁점거리가 없는 상황에서 이만큼 감성과 정서를 자극할 만한 사안도 흔치 않다.

사실 호남고속철도 분기역과 노선, 정차역 결정은 복잡한 정치적 함의(含意)를 내포하고 있다.

국민들은 대형 국책사업과 개발 행위가 철저하게 경제논리에 기초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나라와 경제발전을 위해 막대한 사업을 수행한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한꺼풀 벗겨보면 그 이면에는 정치와 표의 논리가 지배하는게 많다. 적게는 수백억원 많게는 수조원이 들어가는 대형 국책사업들이 표를 얻고 정권을 잡기 위해 기획되는 것이다. 지역민 숙원업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된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지방의 공항 건설이나 새만금간척, 50조원이 투입되는 서남해안개발(S프로젝트) 등이 그렇다. 경제성을 너무 따지면 낙후지역이 균형발전할 수 없다는 게 논리다.

천안-익산 노선이 유력했던 호남고속철도가 오송으로 우회한 것은 다분히 이같은 균형개발 논리에 근거했다. 충북도 발전해야 된다는 주장 덕분에 호남고속철도가 충청·호남권의 최대도시인 인구 150만의 대전을 비켜가고 면단위에 불과한 오송에 역을 설치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추병직 장관 파문이 증폭돼 그것이 대전·충남의 민심을 자극하고 호남고속철도 문제를 다시 복잡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충북이 공주역(백제역)을 계속 강력하게 반대할 경우 충남 주민들이 “이럴 수 있느냐”고 반발할 가능성도 크다. 행정도시 건설을 둘러싸고 구축됐던 대전·충남·충북의 연대감이 붕괴되고, 대전·충남에서 호남고속철도 노선과 분기역을 원점부터 재검토하자는 역풍이 불 수도 있다.

작은 사안도 크게 확대하고 없는 것도 만들어 내는 게 정치고 선거다. 충북에서는 후보자들이 어떤 식으로 든지 추 장관 사건을 이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장관은 누가 뭐래도 공인이다. 사적으로 골프를 친 총리도 문제가 되면 물러나는 세상이다. 설사 충북도민들이 정부의 뜻을 잘못 이해하고 일부에서 왜곡하고 있다하더라도 장관이 막말을 하고 서류를 집어던진 것은 백번 잘못된 행태다.

오만과 자만이 참여정부 지지도 붕괴의 가장 큰 이유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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