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방식등 제도 개선을. 정치 예속화는 피해야

#교육위원 출마를 준비 중인 A씨는 지난 3월 어렵사리 학교운영위원에 선출됐다. 운영위원이 되면 선거 운동에 유리하다는 주위의 권유가 많았다. 어쨌거나 7월로 예정된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1표는 확보한 셈이다. 그는 요즘 온갖 유혹에 시달린다. 동문임을 내세워 접근하는 교사가 있는가 하면, ‘성의’를 요구하는 선거꾼까지 있다. 선거법 위반으로 결딴난 인물들을 생각하며 스스로를 추스리고 있지만 언제까지 그럴는 지는 자신이 없다.

#B교육행정사무관은 의회가 열리기만 하면 진땀이 난다. 애써 교육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조례안이나 예산안이 이런저런 이유로 의회 상임위에서 부결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의회와 교육위 사이에 갈등이라도 생기면 그야말로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진다. 교육감의 의회 출석등의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일 때는 왜 교육자치를 하는 건지 회의가 들곤 한다.

지난 91년 시작된 지방교육자치제도의 어두운 자화상이다. 고질병에 걸린 환자와 다를 것 없는 모습이다. 15년 동안 풀뿌리 민주주의의 서자 취급을 받아온 지방교육자치제도가 다시 한번 기로에 섰다. 열린우리당이 정부와 협의를 거쳐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에 나섰다. 개정안은 교육감과 교육위원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고 교육위원회를 시·도의회로 통합해 특별 상임위원회로 개편하는 것이 그 골자다.

교육계는 개정안에 반대하며 국회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는 등 저지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각종 교육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 갈등해온 교육 단체들도 이번 만큼은 한마음이다. 전국 시도교육위는 물론 교총, 전교조, 한교조, 국공사립 초중고 교장협의회 등 모든 교원 단체들이 한목소리로 행동 통일에 나선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사실 지방교육자치 제도의 개선 필요성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특히 선거가 비리로 얼룩지면서 선출 방식을 고쳐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돼왔다. 또 교육위와 광역의회 상임위의 중복 심의등으로 행정력이 낭비된다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렵다. 핵심 논란인 현재의 교육자치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교육자치를 일반행정에 흡수 통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어떻게든 종지부를 찍어야 할 시점이 되기는 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개정안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졸속 추진도 그러려니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만한 조항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다. 개혁을 빙자한 교육 말살이라는 교육계의 주장이 터무니없어 보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교육위원을 정당 비례 대표로 선출하는 방안이 그렇다. 선거의 타락상과 교육계의 분열을 빌미로 한 이 개정안은 교육을 정치 예속화하겠다는 저의로 의심받을 만하다.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의 장단에 춤을 춰온 교육정책 아닌가. 특정 정당의 싹쓸이가 심각한 현실에서 지역별로 특정 정당이 시도 교육위를 장악할 경우 그 부작용이나 후유증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가르치는 일보다 줄대는 일에 더 신경을 쓰는 일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 많게는 수조원대인 교육 예산이 제대로 쓰이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 역시 기우가 아니다. 현행 지방교육자치제도에 대한 진단은 그런대로 됐지만 처방이 아주 엉망인 꼴이다. 불쑥 불쑥 개정안을 내놓고 교육계를 자극하는 것 같아 시기적으로도 모양새가 우습다.

선거 방식의 개정 여론을 자초한 교육위원들도 자성해야 한다. 정당 비례 대표안에 대한 반발은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는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교육위원들이 주장하는 교육위의 독립형 의결기구화가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절름발이 자치’라며 장외로 나갈 것이 아니라 중병에 걸려 있음을 먼저 인정하는 게 순서다. 제대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야 할 시점이다.

21세기 지구촌은 인적 자원의 개발에 투자의 우선 순위를 두고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선진국들의 시대적 화두는 예외없이 교육개혁이지만 우리는 뒷걸음질 치기에 바쁘다. 병에 걸린 줄 모르거나 또는 인정하지 않는 환자와 돌팔이 의사 사이의 소모적인 다툼에 죽어나는 건 교육이요, 국가 경쟁력이다. ‘천막 농성’이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상징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宋信鏞<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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