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는 항생제와 같은 속성을 갖고 있다.

몸이 건강할 때는 필요가 없지만 감기 등으로 몸의 저항력이 떨어지거나 체력이 약해지면 적절한 양의 투여가 필요하다. 초기에는 적은 양에도 쉽게 치유되다가 지나치게 약에만 의존하다 보면 더 강한 처방을 내려야 한다. 병원균의 내성이 강해지면서 한 알에서 두 알, 또는 세 알로 양도 늘려야 한다.

약이 약을 부르듯, 규제도 또 다른 규제를 부른다. 규제는 편법을 부르고, 편법을 막기 위해서는 또 다른 고강도 규제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마치 먹이사슬을 연상시킨다. 규제와 항생제의 속성이 같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참여정부는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규제개혁을 위해 2004년 8월 민·관 합동으로 규제개혁 기획단을 설치, 규제의 품질제고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국제기준에는 못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규제개혁 아직도 미흡



2005년 세계은행이 발표한 국가별 규제 품질에 따르면 한국은 204개국 중 58위로 2002년보다 오히려 9단계나 후퇴했고, 지난해 한국갤럽의 규제개혁 체감도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8%만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참여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8·31 부동산 대책의 약발이 떨어지자 3·30 대책이란 더 강한 대책을 내 놓았다. 규제가 더 강한 규제를 부른 결과다. 폭등하는 강남 집값 처방을 위한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애초부터 번지수를 잘못 읽은 것이다.

강남의 아파트 재건축등 특수한 상황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강남에 맞는 규제가 필요한데 이를 전국으로 확대 적용하면서 노무현 정부의 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의 실패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연이은 고강도 규제로 강남의 부동산 시장은 일단 주춤한 상태지만 내성이 강해져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휴화산으로 만들었다.

반면 감남을 제외한 다른 지방은 냉기마저 돌고 있다. 신규분양을 해도 계약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는 기존의 집이 안 팔리고 전세가 제때 빠지지 않는 도미노 현상이 발생,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돼 버렸다. 일부 지방에서는 실거래가가 분양가를 밑돌고 있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쓸 것 안 쓰고 먹을 것 안 먹고, 허리띠 졸라매 푼푼이 모은 돈으로 겨우 집 장만을 했는데 프리미엄은 커녕 분양가 밑으로 떨어졌다면 정부정책이 잘됐다고 할 국민이 있겠는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입안자라도 결코 기분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강남 부자 잡기 부동산 규제책이 선량한 상당수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는 꼴이 돼버렸다.



약 잘못쓰면 후유증만 커



시장경제를 외면한 채 규제란 약을 잘못 쓴 결과이며,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인다는 경제의 기본 질서를 가볍게 여긴 후유증이다. 지나친 과열도 문제지만 지나친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다면 그것 또한 바람직스런 일은 아니다.

1978년 토지거래 허가제 시행을 필두로 주택거래신고제, 주택·토지 투기지역및 투기과열지역 지정등 부동산 이상 과열을 막기 위한 규제책이 잇따라 발효됐으나 투기꾼들의 숨바꼭질 투기는 여전하다.

행정도시 혁신도시,신도시등 개발 호재만 있으면 땅값이 급등하고 투기꾼들은 제철 만난 메뚜기 떼처럼 개발호재를 따라 이동하면서 뭉칫돈을 번다. 지금도 행정도시와 혁신도시 및 신도시 예정지는 여전히 땅값이 급등하고 투기꾼들의 큰 장이 서고 있다.

역대 어느 정부도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했다. 규제만으로는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킬수 없다는 응답인 셈이다. 농부가 소를 부려 논을 갈듯, 부동산 정책도 그렇게 운용돼야 한다.

시장과 규제가 조화를 이루고, 규제 만능이 아니라 규제를 규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렇치 않으면 8·31, 3·30 부동산 대책은 누구를 위하여 울리는 종(규제)인지 구분이 안되는 의미없는 종소리가 되고 말것이다.卞祥燮<경제팀장 겸 금융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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