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말 대전무용협회 회장을 맡은 이래 그야말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무대에서 작품으로만 관객과 만나오다가 협회 일을 책임지다보니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무용가가 무대에서 자기 자신의 작품을 내보이는 것, 너무나도 힘든 작업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회장이 된 뒤에는 모든 일이 더욱 힘들어졌다.

바쁜 중에도 볼 일이 있는 터라 대전시 만년동에 위치한 대전문화예술의 전당에 간 적이 있다. 정신없는 하루하루 속에 답답함조차 느낄 여유가 없었는 데 그곳의 탁 트인 앞뜰에서 느낀 공기는 그간 숨막혔던 나의 일상을 되돌아보게 했다.

문득 아침 라디오 방송에서 흘러나온 “지금 이 순간 이 자리가 아니라면 날개가 달려 날아가고프다”는 진행자의 말이 생각난다. 나 역시 날씨 탓인지 너무나도 행복하게 쬐어지는 따스한 햇살, 100원 짜리 동전 3개가 선물하는 여유 있는 커피 한 잔과 오늘이야 말로 살갗에 닿는 봄기운을 마음으로 옮겨 주는 이 순간 이 시간이 고맙게도 바쁜 일상을 잠시 잊게 해준다.

모든 것에 생명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봄의 힘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듯 너무나도 자유로워 보인다. 한편 시간이 지나면 여름에 그 기운을 이어줄 수밖에 없는 것이 이미 짜여진 봄의 운명인 것처럼 그토록 원해 힘든 과정을 거쳐 스스로 선택한 것이 지금의 나의 길이다. 그러나 가끔은 그 선택에 갇혀있는 듯한 모습을 어쩔 수 없이 돌아보게 된다.

잠시 짬을 내어 계단 위에 앉아 있는 나는 행복한 존재임을 느끼게 된다. 큰 운명 아래 갇혀 있다 할지라도 지금의 나의 모습에는 나의 선택과 노력이 깃들어 있으며, 그 선택으로 너무나도 바쁜 일상이 주어졌지만, 그 가운데 몸으로 마음으로 봄을 느끼고 있으므로…. 나의 모습을 난 지금, 이 순간 모든 것에 감사한다.

김영옥<발레리나·대전시무용협회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