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제도의 개혁과 관련된 입법안들이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법제도의 개혁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그 장단점은 어떠한지를 알지 못하고 있다. 일반국민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변호사들조차도 “미국처럼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다. 배심제와 참심제의 혼합제도를 도입한다. 고등법원에 상고부를 설치한다”는 등의 개괄적인 몇 가지만을 언론을 통하여 흘려들었을 뿐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잘 알지 못하며 더욱 그로 인한 장단점은 이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현재 진행중인 사법제도의 개혁에서 논의되는 제도의 장단점에 대하여 비판할 수도 없고, 비판하려고 나서는 사람도 없다. 비판하려고 나섰다가 공연히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수구세력으로 몰리고, 이미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었다면서 뒤늦게 왜 엉뚱한 소리냐는 식으로 핀잔을 들을 수 있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그동안 사법제도의 개혁에 대하여 장차 다가올 폐해를 말하거나 이것이 일반 국민에게 알려지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사법제도의 개혁이 너무 광범위하고 복잡하여 이해하기도 어렵고 내용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비판하기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고, 때로는 변호사 단체 등의 의견이 집단이기주의로 일방적으로 매도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구나 사법개혁을 밀어붙이는 사람들은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기만 하면 왜곡된 법학교육이 바로잡히고 양질의 저렴한 비용의 법률서비스가 제공된다. 그 잘난 엘리트들만이 장악하여 경외의 대상이던 재판과정에 배심원이라는 이름으로 시민이 함께 참여할 수 있다”는 등의 유혹까지 해대니, 나중에는 어떻게 될망정 시민들이 나서서 사법제도의 개혁을 비판할 리도 없었다.

<사법제도의 개혁에 대한 충분한 비판의 필요성>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나 정책에도 항상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므로, 사법제도의 개혁 및 그 내용에 대하여는 장차 예상되는 폐해에 대하여 철저한 검토와 비판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폐해가 크면 제도의 도입을 다시 고려하여야 하고, 설령 그 제도를 도입하는 경우라도 충분한 사전검토를 해 두어야 나중에 그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진행되는 사법제도의 개혁은 사법개혁위원회의 건의에 따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안에 의한 것인데, 이에 대하여는 앞으로 많은 토론과 공청회 등 격론을 거쳐 그 운명이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도대체 서로 다른 국가의 구성형태나 국민적 정서, 관습 등을 감안하지 않고 다른 나라에서 시행하는 제도라는 이유로 도입하는 제도가 우리나라에 그냥 들어맞을까? 이에 대하여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으므로, 이런 대립되는 견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말 없는 다수의 뜻도 헤아리는 충분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정권의 의지라거나 국회의원들의 단순 다수결로 입법이 가능하다고 하여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사법제도를 개혁하는 것이므로 사법제도의 커다란 축인 변호사 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묻고 듣고 설득하여야 함은 물론이고, 다수 국민들이 그 장단점을 충분히 인식, 공감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협조를 구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에 서울 및 지방 고등법원에 고등법원 상고부를 설치하도록 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안에 대하여, 국회 법사위 심의과정에서 갑자기 서울고등법원에만 고등법원 상고부를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이에 대하여 지방법원 및 지방변호사회의 강력한 항의가 있자 이를 곧바로 철회하는 해프닝이 있었는데, 이와 같은 사례를 보아도 사법제도의 개혁과 내용에 대하여는 보다 충분한 토론과 공청회 등을 통한 철저한 검토와 비판이 있어야 할 필요성과 당위성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사법제도의 개혁은 보다 신중히>

지난 50여년 간 이 나라를 굳건하게 지탱해 온 현행 사법제도가 한정된 시한 내에 고쳐지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불합리하고 부패하였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현행 사법제도의 큰 틀을 고치지 않으면서 그 운영을 합리적으로 개선하여 그 단점을 고쳐나가는 것이 보다 나은 것이 아닌가? 새로운 제도의 실험에 기한 개악(改惡)의 위험성과 비용부담은 없는가? 지금이라도 사법제도의 개혁으로 인하여 장차 생길 수 있는 폐해를 차분히 그리고 신중하게 검토하여 모든 국민이 공감하고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법제도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사법제도는 한 번 바뀌면 쉽게 다시 되돌릴 수도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서 희 종<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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