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상황이 암울했던 1580년 12월 선조의 부름을 받자 이이는 입경했다. 이이와 절친한 송익필은 이이에게 “몸조심하라”고 편지를 썼다. 이이는 “오늘의 급선무는 정성을 쌓아 임금의 마음을 돌리는 일이며 그 다음은 사림들을 조화시키는 일입니다”라고 답변했다. 송익필은 다시 “안으로 자기의 덕을 훼손하고 밖으로 뭇사람의 시기를 초래하다니(중략) 임금의 예우를 입는다지만 특별한 계책을 베풀어 행하지 못한다면 이를 어찌 예우를 입는다고 하겠소?”라고 질책했다.

이이는 1581년(선조14) 대사간 때 질책에 대한 답을 다시 보냈다. “지금은 억만 백성이 물 새는 배에 타고 있으므로 그것을 구할 책임이 우리들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차마 벼슬을 버리고 떠나지 못하는 것입니다”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어렵지만 현실정치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송익필이 언급한 ‘계책’에 대해서도 ‘세상의 도리를 차츰차츰 구원하되 군주가 알아들을 수 있는 데서부터 차근차근 깨우쳐 나가는 것’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이는 “원하는 뜻을 이루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오직 믿는 바는 저 푸른 하늘뿐입니다”라고 적었다.

‘선비의 마음을 읽다’라는 부제가 붙은 ‘간찰’이란 책에 소개된 내용이다. 이를 지방선거를 앞둔 현실에 대비시켜봤다. 시대상황이 암울한가에 대한 판단은 정당마다, 후보자마다 다르다. 특히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측과 정권교체를 원하는 도전자 측의 의견이 상이하다. 하지만 ‘임금의 부름’이란 지방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왔으며 벼슬길의 관문인 이 등용문을 통과하려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후보의 지인 중에는 후보등록을 하지 말라고 충고한 이도, 그 충고에 따른 정치지망생도 있었을 것이다.

다음으로 받는 질책은 이들이 제시한 ‘계책’인 ‘공약’이었다. 그동안 후보자들이 내놓은 공약 중에는 지켜지지 않은 공약(空約)이 많았다. 도저히 지킬 수 없는 공약도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실현가능한 약속인지 따져보자는 메니페스토운동이 도입됐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도 여전히 거짓약속일 가능성이 큰 공약으로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후보자가 적지 않다. 어쨌든 공천과 경선 등의 내부조정을 거쳐 정당 후보자들과 정당이란 배경을 가지지 못한 무소속 후보들은 17일로 후보등록도 마감됐다. 18일 아침 대로변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각 후보들이 선전물이 일제히 나붙었다. 현수막은 제발 자기를 선택해달라며 아우성친다. 거리마다 선거운동원들의 외침이 넘쳐난다. 선거전이 본격 돌입된 것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선택’이다. 유권자마다 선택의 기준은 상이하다. 공약인 ‘계책’ 마음에 들어서, 정치적 견해에 따라서, 사업문제 때문에, 친척이라서, 평소의 친분을 저버릴 수 없어서, 혹시 그렇게도 금지한 금품을 수수한 양심의 가책으로, 하다못해 후보자가 ‘사돈의 팔촌’이기 때문에... 이 총합이 투표결과다. 후보자에게는 당선이후 공약의 실현여부보다 우선 투표결과가 ‘하늘’의 뜻이다. 유권자들이 ‘계책’을 실현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거전이 진행되면서 ‘암수’를 쓰는 후보가 나타날 것이다. 유권자를 돈으로 매수하거나 있지도 않은 상대후보의 비리를 퍼트리거나, 공약을 교묘하게 숨기는 비열한 행위 등이 암수다.

이런 후보가 당선되면 어찌될까? 적어도 ‘원하는 뜻을 이루지 못해 두렵다’는 ‘백성’ 즉 ‘유권자’를 두려워하는 마음은 없을 것이다. 당선자에게는 지도자의 역할이 주어진다. 지도자는 자신이 맡은 집단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한다. 그런데 당선자가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그 집단은 불행해질게 뻔하다. 후회하지않을 냉정한 선택기준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문화팀 여성예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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