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서울은 지방에 없는 것이 많다. 대한민국 최고층 빌딩도, 조선왕조 500년 역사의 궁궐도 서울에 있다. 하지만 서울에 소재했다고 영원히 서울에만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학벌주의와 대학 서열화의 최정점에 선 서울대는 폐해도 적지 않다. 오죽했으면 '서울대 망국론'까지 나왔을까? 서울대의 역기능을 해소하고자 서울대를 지방으로 옮기자는 주장이 있었다. 요즘은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등장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특별법, 가칭 대학통합네트워크 특별법을 제정해 서울대를 포함한 전국 10개의 거점국립대 이름을 통일하고 공동학위를 주자는 것이다. 서울대 내부에선 반발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대만큼, 혹은 서울대보다 더욱 강고하게 서울 입지를 고집하는 또 하나의 학교가 있다.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육군사관학교이다. 육사는 1946년 5월 1일 국방경비대사관학교로 개교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임시 휴교 후 대전과 진해 시절을 지나 1954년 6월 24일 현 위치로 복귀했다. 육사의 지방 이전은 20대 대선을 거치며 공식화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육사 충남 이전을 약속했다. 지난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위 김병준 위원장은 육사 충남 이전을 지역공약으로 발표했다.

육사 이전 공약은 육군 훈련소와 국방대가 있는 논산으로 육사를 옮겨 삼군본부가 자리한 계룡, 국방과학연구소 등 국방 유관기관이 30여 개나 밀집한 대전시와 연계해 국방산업·교육 클러스터의 완성이 핵심이다. 육사 이전은 대통령 공약이라는 사실이 낯뜨거울 만큼 육사 구성원의 반발, 국방부 해태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5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육사 충남이전·유치를 위한 국회정책토론회는 육사 졸업생들이 주축이 된 이전 반대 세력들의 실력행사가 도화선이 돼 파행으로 얼룩졌다. 이전 반대론자들은 현 위치의 역사성, 상징성을 앞세워 이전 불가를 외쳤다.

시간을 거슬러 오르면 육사의 뿌리는 빼앗긴 나라를 제 힘으로 되찾고자 설립한 신흥무관학교에 가 닿는다. 신흥무관학교의 정신을 상기하면 육사는 안온한 서울이 아닌 지방에, 그것도 최적지인 논산에 뿌리내려야 한다. 육사의 미래가 군의 미래이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말이 단순 수사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도 논산 이전은 더욱 절실하다. 부디 '서울대육사'라는 또 하나의 혐오 신조어가 탄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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